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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태풍이 지나가고> 씨네토크. 성공한 덕후 류준열이 계타는 현장. 

TPO를 아는 사람은 멋있지.. 이 날의 류준열은 더할 나위 없이 소녀스러웠고 젠틀했다. 바람직한 덕후의 모습은 무엇인가, 성공한 덕후가 지녀야 하는 올바른 태도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보여주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고 멋있고 혼자 다함. 


벌써 며칠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

키키 키린의 연기에 대한 감독님의 말. 영화 속 키키 키린의 대사는 전부 주어진 것, 대사의 애드립은 없다. 그러나 연기의 세세한 디테일은 배우가 덧입힌 것. 예를 들면 물을 마시려고 하다가 컵이 빈 것을 보고 그것을 들고 다시 물을 채우려 하는 듯한 그런 일상적인 모습은 배우 본인이 더한 애드립 연기. 지극히 일상적이면서 막상 연기로 하고자 하면 어려운 연기를 보여준, 진정한 의미의 '훌륭한 애드립'이었다고. 

키키 키린의 연기 스타일은 아마 류준열이 하고자 하는 연기와도 닿아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운빨로맨스가 끝나고 했던 브이앱에서 류준열은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들(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 스폰지밥의 네네 선장님 등)에서 연기적인 힌트를 따온 에피소드들을 말했었다. 이는 배우 본인의 무의식, 개인적인 감정, 경험 등을 탐색하여 극중 인물의 내면과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스타일. 생활연기에 강점을 가진 연기자들은 대부분 이 타입인데, 류준열도 마찬가지. 그래서 키키 키린의 연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꾸 옆에 앉아 있는 류준열이 생각났다. 류준열은 지금도 좋은 배우지만,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해서 더 좋은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도. 키키 키린이 지금 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류준열도 정말 호호할아버지가 됐을 때까지 연기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그리고 이러한 연기 스타일은 고레에다 감독 본인이 추구하는 연출 스타일과도 맞는다. 고레에다 감독은 본인의 에세이(류준열이 감독님 만나러 갈 때 들고 갔던 그 책)에서, 연출의 목표에 대해 "영화 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 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를 하고 싶다고. 저 아직도 김정환이랑 제수호는 어디 살아 있다고 믿는데... 고레에다 감독 영화에 외국인 대학생 역할 뭐 하나 없을까요....? (....)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고 나서 삶과 더 마주하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죽음의 경험은 결국 산 사람의 삶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슬픔을 감내하며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결국 남겨진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류준열 본인의 아버지가 포볼의 인생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도 홈런보다는 포볼이라는 얘기, 계단에서의 연기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계단 연기 얘기할땐 응팔 7화가 생각났다.) 짧지만 인간 류준열과 배우 류준열을 동시에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백은하 기자로부터 마지막 질문을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은 류준열이, 본인이 이 자리에 초대되어 참석을 결정했을 때, 이 자리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던 것에 대해 얘기했던 부분. 본인의 현재 위치, 행사 주최 측이 배우 류준열을 초대했을 때 기대하는 것,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 등 전반적인 상황과 본인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참 똑똑하다. 감독님의 지난 영화들에 비해 이번 영화가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좋을거란 식으로 평한 부분은, 감독님 본인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의도했던 바와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감독님이 기뻐하시기도 했고. 정말 똑똑한 배우다. 소녀같고 젠틀했고 말이 정말 없는 자리였는데(...) 정말 딱 필요한 말만, 중요한 말만 했다. 너무너무 좋았어. 


쓸데없이 길고 두서가 없는 글이군... 

결론은 나는 소녀같고 젠틀하고 똑똑한데 얼굴까지 좋은 류준열한테 이 날도 재입덕했다는 것이다. 

류준열 덕질을 하면서 복받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브이앱이든 이런 토크 행사든 어떤 경유로든 단순히 얼굴만 보는게 아니라 배우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배우의 연기와 닿아 있어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배우' 류준열이라는 것을, 배우 본인이 매 순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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